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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

크러쉬드 레드 페퍼, 비네거 글레이즈 그리고 올리브 오일을 이용한 샐러드[음식&식재료.0]



미국에서 산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전에 내가 무슨 질문인가를 아빠한테 했었는데, 말미에 이런말을 하셨다.

"20대까진 시간도 천천히 갔고 추억도 많지. 30대는 그래도 제법 천천히 가더니, 40부터 정신 없이 빨라지고, 50대는 언제 지나갔는지 기억도 없다." 라고 웃으셨다.

나이 들수록 아빠의 말씀이 정말 실감이 난다. 그 때 아빠의 웃음은 지금 돌이켜보면 헛헛했던거 같기도 하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일종의 일기 같은 것. 빨리가는 시간 붙잡고픈 기록해 두고픈, 그런 마음.

사소한 것들에 대한 기록들. 너무 소소해서 쉽게 잊혀지는 나에 대한, 내 삶의 기록.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양념 재료 (혹은 식재료라고 해야 되나?)에 대해.

미국에서 지낸 기간이 길고 아무 음식이나 곧잘 먹는 탓에, 이젠 냉장고에 김치가 없을 때도 있다. 

일주일을 한식을 먹지 않고 지내도 괜찮지만, 요리를 하게 되면 여전히 주 메뉴는 한식내지는 변형한식이고, 

제일 많이 쓰는 양념재료도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참기름, 들기름, 맛술, 멸치액젓, 볶은깨 등, 한국에서 공수해왔거나 한국마트에서 산 것들이다. 

한국에서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으니 각종 허브나 스파이스에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와서 지내며 요리를 하다보니 조금씩 관심이 가더라. 요리 프로를 보면 뭔가를 촥촥, 톡톡, 툭툭 뜯어 넣어주면서, 이것들이 어우러져 어떤 맛을 낸다고 설명하는걸 보면, 당장 가서 똑같은 걸 사서 시도해 보고 싶은 충동도 일고 말이다.


그렇게 한해 두해 지나면서 새로운 재료도 쓸 줄 알게 되고, 여러종류 모이게 되었다.

유학 시작한지 2년 뒤인가, 엄마가 잠시 방문해서 내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네가 살림을 다 하는구나~"





왼쪽부터, 페퍼, 갈릭 등이 섞인 다목적 소금. 그라인더가 달려 있어서 갈아 쓸 수 있다. 한 두번 써보고 안쓴지 1년 넘은거 같다. 생선에 뿌려도 고기에 뿌려도 맛이...참으로 오묘하다. 버려야 할듯.

말린 바질과 로즈마리. 어쩌다가 쓰는데 쪼끔씩 써서 그러지 백년 써도 다 못 쓸거 같다. 잘 안쓰지만 없으면 또 아쉬울 때가 있는 애들.

검은깨 볶음도 사놓고 잘 안쓴다. 아래 사진에 있는 그냥 볶은깨를 자주 쓴다. 앞으론 검은깨도 종종 써줘야지. ㅋㅋ

사과 식초. 가끔 쓰는데, 역시 없으면 아쉬울 때가 있다. 주로 발사믹 비네거나 비네거 글레이즈를 쓰는데, 종종 그냥 식초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발사믹 비네거. 특별히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는 건 아니고, 척 보고 왠지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골라온다. ㅋㅋㅋ





simply organic 이라는 브랜드가 많은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홀푸드에 있어서 거기서 사게 된것도 있고, 아마존에서 주문할 때 free shipping 한도에 못미치면 add-on item으로 한개 두개 사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shipping fee나 저거 하나 추가하는거나 비용이 비슷하다는 나름의 합리화...ㅎㅎ

맨 왼쪽 통후추- 위에 달린 그라인더로 갈아 쓸 수도 있고, 뚜껑을 아예 열어서 통으로 쓸 수도 있다. 제일 많이 쓰는 재료. 

크러쉬드 레드 페퍼- 역시 참 많이 쓰는 재료. 둘 다 얼마전에 새로 다시 샀다. 

생강가루와 시나몬 가루는. 왠지 쓸 일이 있을거 같아서 샀는데 안 쓰게 된다. 요리엔 안 쓰고 몸살님이 오시는거 같을 때 따뜻한 물에 생강 가루 조금 톡톡, 시나몬 가루 톡톡해서 마시고 있다. 

그리고 맨 오른쪽 all-seasons salt는. 아 내가 왜 또 샀지. 바로 위에 다목적용 소금 실패해놓고!!!

리뷰가 너무 좋아서 혹시나 하고 또 샀다. "세상에 이걸 뿌리면 음식이 다 맛있어져~", "어느 고기,생선 요리든 다 뿌려~", "최고야~", "꼭사야되~", "사야되~" 해서 샀더니. ㅡ.ㅡ

안쓰고 있으심. 

아 참, 가운데 큐민은 종종 쓰는데, 향이 너무 강해서 한번 쓸때 진짜 쬐꼼 쓴다. 다 쓰려면 백년 걸릴 거 같다. 




그럼 이제 내 사랑 아이템 3 가지를 볼까요.

(물론 고추가루, 된장, 고추장, 간장, 참기름은 밥 같은 것. 항상 있어야 되는 것이죠.)

우야튼 이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료는 바로~




내 사랑 식재료 1번.

이것~!! crushed red pepper. 잘게 부순 빨간 페퍼. ㅎㅎ 일종의 자잘한 말린 고추 조각이랄까.

벨 레드 페퍼, 카이엔페퍼 등 여러가지 레드 페퍼 말린것을 섞어 부순것이다.

통후추와 이것을 제일 많이 사용한다. 

처음 살 때는 피자나 샐러드에 뿌려 먹는거 보고는, 사두면 가끔 쓰겠지..했더니. 어느새 다 쓰고 또 사고 그러는 재료.

나는 주로.

1. 샐러드나

2. 피자

3. 소금이나 간장 베이스 소고기/생선요리 마지막에 뿌려서 먹는다.

4. 아 참, 내 사랑 떡볶이, 간장베이스 떡볶이에도 마지막에 뿌려 먹고.

5. 스프에도 뿌려 먹는군요.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나는 요리 끝나고, 불 끄고 뿌려먹는 용으로 쓴다는 것. 마치 참기름이나 통깨 뿌려내듯이.

전에 치킨스프에 칼칼한 맛을 주겠다고 막판에 이걸 넣고 5분 끓였더니. 입에서 위에서 불이 활활활. 

6. 가끔, 고추기름이 없을 때, 기름 두르고 이거 조금 넣고 고추기름 낼 때 쓰기도 합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씨도 같이 들어있어서 열이 가해지면 매운맛이 확확 나와요. 




그럼 내 사랑 부순 빨강 페퍼로 샐러드를 만들어 볼까요.



1. 샐러드 아채를 준비합니다. 

전에 말했듯이, 장을 볼 때 일단 샐러드 팩을 하나는 꼭 집습니다. 내 몸을 위해서 팩 하나 정도는 먹어줘야 할거 같으니까요.

이번에 집은 건, 베이비 시금치, 청경채, 케일 이군요. 다 좋아하는 거예요~ 

왼쪽 위에 붙어있던 쿠폰이 이걸 집어들게 하는데 큰 공을 세운건 비밀.




2. 우리가 3번 씻었으니 넌 안 씻어도 돼. 라고 쓰여있지만. 진짜 그러기엔 왠지 찝찝합니다. 한번 씻어줘요.

밖에서 바베큐 하거나, 놀러가서 씻지 않고 바로 드레싱 섞어 먹으면 편하긴 합니다.

둥굴둥굴한 것이 베이비 시금치, 가장자리가 뾰족뽀족한 녀석이 베이비 케일, 줄기가 하얀것이 베이비 청경채.




3. 야채 탈수기로 빙빙 돌려줘요. 위에 펌프처럼 나와있는 부분을 꾹꾹 눌러주면 휙휙 돌아갑니다.

oxo는 가격도 안 비싸고 품질도 괜찮은 브랜드예요. 아마존이나 TJMaxx에서 세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그럴때 득템합니다.




내 사랑 식재료 2번

짜짠~ 올리브 오일~ 이거저거 섞인 오일이예요. 내가 젤 좋아하는 섞어 올리브 오일 입니다.

위에 올리브 오일, 아래 비네거가 나눠져 있는게 보이죠.

요리나 딥핑, 드레싱 용으로 쓸 수 있는건데, 난 샐러드 드레싱으로. 올리브 오일+발사믹 비네거+갈릭+오레가노+타임 등등이 이미 섞여 있어서.




이렇게 파파파팍 흔들어서




4. 샐러드에 뿌려줘요. 그리고 부순 빨간 페퍼를 넣어주고요. 

뭔가 새콤달콤함이 좀 부족할거 같은가요? 그럼 이걸 넣어 줍니다~!




바로 내 사람 아이템 3번.

발사믹 비네거 글레이즈 (glaze).  이렇게 세 콤비를 사용하고 나면 샐러드 완성이예요.


사실 샐러드에 섞어 올리브 오일이나, 비네거 글레이즈, 크러쉬드 페퍼 중 하나만 뿌려먹을 때도 있어요. 

비네거 글레이즈만 뿌리면 새콤달콤하고요, 크러쉬드 페퍼만 뿌리면 매콤한 맛이 샐러드의 쌉쌀한 맛과 잘 어울리죠.


부모님께 (오래 묵어 비싼) 발사믹 비네거를 선물하곤 하다가, 어느날은 이 글레이즈를 끼어서 드렸거든요. 그랬더니 엄마는 글레이즈가 쏙 맘에 든다고 다음부터는 이것만 사달라고 하시네요. 각종 나물에 뿌려드시고, 생선 찍어먹는 소스도 이걸로 만드시고 한다네요. (나물..먹구 싶다.) 



자, 이렇게 3분만에 완성된 샐러드를 맛있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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